- 평점
- 8.0 (2007.05.23 개봉)
- 감독
- 이창동
- 출연
- 송강호, 전도연, 조영진, 김영재, 선정엽, 송미림, 김미향, 이윤희, 김종수, 김미경, 오만석, 백정임, 장혜진, 박규웅, 임광명, 이성민, 김영삼, 서영수, 김혜정, 조영숙, 황태옥, 조춘옥, 박명신, 신영주, 박보옥, 최선화, 고인범, 문성환, 신안진, 황필수, 염혜란, 백익남, 김민재, 차은재, 이윤희, 고서희
밀양(Secret Sunshine) 줄거리
어린 나이에 남편을 잃은 신애(전도연)는 아직 어린 아들 준과 남편의 고향인 밀양으로 내려간다. 꿈도 남편도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린 그녀는 작은 도시에서 피아노 학원을 열어서 새 출발을 계획한다. 그러나 주변의 텃새에 돈이 많은 척 땅을 보러 다니고 자신을 귀찮게 따라다니는 종찬(송강호)한테 사람을 소개받아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돈이 많은 척을 하고 다녔던 탓에 아들이 유괴당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만다.
아들의 유괴에 충격에 빠진 신애는 평소 자신을 그렇게 귀찮게 굴던 종찬한테 도움을 청하러 정신없이 걸어간다. 하지만 유리문 너머로 무아지경 상태에 빠져 노래를 부르고 있는 종찬의 모습을 보고 신애는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돌아가 길바닥에 주저앉아 한없이 운다.
유괴범과의 협상으로 돈을 준비해야 하는 신애는 자신이 가진 전재산을 은행에서 뽑아 유괴범에게 넘겨준다. 하지만 아들 준이는 결국 살해된 채 발견된다. 아들의 사망선고 후 신애는 계속해서 헛구역질을 하다 길 건너편에 있던 교회 부흥회 현수막을 발견하게 되고 무언가에 홀린 듯 교회로 들어가 울음을 토해낸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온 종찬은 말없이 그녀를 지켜만 본다. 부흥회에 참석하고 난 뒤 신애는 교회에 등록하여 열심히 다닌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제는 행복하다고 말하고 다니지만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는 깊게 자리 잡은 눈물이 있다. 신애는 마음에 자리잡은 불편함을 덜어내고자 자신의 아들을 죽인 범인이 있는 교도소에 가기로 한다.
아들을 죽인 범인을 용서하고자 찾아간 교도소에서 신애가 본 범인은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너무 평온한 미소를 띠며 자신도 신애처럼 주님께 깊게 회개하고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접견을 마치고 나온 신애는 교회에 처음 다녔을 때와는 다른 모습으로 서서히 미처 간다. 그리고 그 모습을 여전히 아무 말 없이 지켜보는 종찬. 증상이 점점 심해진 신애의 정신질환은 손목을 칼로 긋는 자해를 해버린 신애는 깜짝 놀라 어두운 밤 길거리로 뛰쳐나가 사람들에게 말한다 "살려주세요".
정신병원에서의 입원 치료가 끝난 신애는 종찬의 도움으로 살던 동네로 돌아온다. 머리를 자르러 들린 미용실에는 유괴범의 딸이 있었고 신애는 머리를 자르다 말고 뛰쳐나가 하늘을 쳐다보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종찬을 놔둔 채 집으로 돌아간다. 집에서 머리를 자르려고 준비하는데 종찬이 뒤따라와 거울을 들어준다. 그리고 흙바닥을 비추며 영화가 끝이 난다.
개인적인 후기
영화는 한 사람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싶을 정도의 비극을 신애한테 넘겨버린다. 남편의 죽음과 외도 아들의 죽음 그리고 집안과의 불화 이런 일들을 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불쌍하다, 어떡해'라는 감정적인 일시적 공감 말고는 온전히 신애에게 공감할 수 없을 것이다. 내 생각에 이창동 감독은 영화를 보는 우리에게 질문하는 것 같다. "당신은 타인의 아픔을 얼마나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람인가"라고 아마 거의 모든 사람은 신애의 아픔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신애를 연기한 전도연 배우의 연기는 영화를 보는 동안 잠시나마 이 감정은 내가 느끼고 있는 아픔은 이런 것이야 라고 말하는 것 같아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기독교를 너무 돌려서 까는 게 아니냐 라는 말이 많았던 영화로 알고 있다. 영화를 보며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낀 포인트가 어떤 것인지 몇 가지만 적어보려 한다.
1. 약국 아주머니의 오지랖
신애가 막 밀양에 내려왔을 때 약국 아주머니의 말 "불행한 일 때문에 왔다카던데" 라는 대사와 함께 슬쩍 전도를 한다. 신애가 말하지 않았는데도 마을에는 이미 소문이 다 나있는 상황 개인적인 이야기를 자기들끼리 이미 다 한 상태에다가 약국 아주머니의 불행 한 일이라는 멘트는 충분히 예의에 어긋난 행동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신애가 아들까지 잃은 상태에서 혼자 집에 박혀있을 때 유일하게 신애를 걱정한 이웃이다. 그러니 영화를 보는 이들이 불편해할 포인트는 크게 없다고 볼 수 있다.
2. 교도소 유괴범과 따라간 아줌마들
교도소 유괴범은 이렇게 말한다. 하나님이 다 용서해 주셨습니다. 이 대사는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이 봤을 때 큰 반감을 일으킬만한 대사이다. 신애가 용서하지 않았는데 무슨 소용이라는 말이 나올법하다. 하지만 성경을 조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신애를 보고 용서를 구하지 않고 시종일관 자기가 이렇게 기도를 하고 있다 하나님한테 구원을 받았다 라는 소리를 지껄이는 유괴범의 말이 헛소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아줌마들이 접견을 마치고 나오며 같이 따라 들어간 종찬의 말을 듣고 웃으며 주님이 용서하셨으면 된 거지 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이것도 불편하게 볼게 아니라 그냥 감독이 말하고 싶은 '타인의 아픔에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가'라는 것에 초점을 두고 본다면 '역시 타인은 자신의 아픔이 아니면 저 정도의 공감밖에 할 수 없구나'라는 영화 속 답변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이 외에도 반발을 살만한 장면들이 있겠지만 이 영화는 기독교적으로 사람들에게 안 좋은 인식을 심어주려고 만든 영화가 아닌 신애라는 인물의 감정에 초점을 두고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나저러나 참 인상 깊게 본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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