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점
- 5.4 (2019.07.11 개봉)
- 감독
- 아리 에스터
- 출연
- 플로렌스 퓨, 잭 레이너, 윌 폴터, 윌리엄 잭슨 하퍼, 빌헬름 블롬그렌, 엘로라 토치아, 아치 마데크위, 다그 안데르손, 비요른 안드레센, 앤더스 백, 안데르스 베크만, 맷츠 블롬그렌, 클라우디아 차니, 군넬 프레드, 이사벨 그릴, 함푸스 할베리, 레베카 욘스톤, 안키 라르손, 리브 미에네스, 헨리크 노를렌, 루이즈 페터호프, 안나 오스트룀, 율리아 라그나르손, 라르스 베린게르

아무 생각이 없던 날
2019.7.12일 영화가 개봉한 다음날이었다. 내가 영화를 본 시간은 오후 8시였고 큰 영화관에 사람이 두 명 정도 있었던 거 같다. 나는 가끔 아무 생각 없이 포스터만 보고 괜찮아 보이는 영화를 보러 가곤 한다. <90년에 한 번 9일간의 축제 당신은 선택됐다> 포스터에 적힌 이 글과 환희에 찬듯한 표정의 주인공의 모습을 보고 엄청난 감동의 영화인가 싶어 바로 영화를 예매하고 영화관에 들어섰다 밑에 적힌 공포 걸작 <유전> 감독 신작이라는 글은 보지도 못한 채 말이다. 평소 무서운 것이라면 치를 떠는 사람이기에 영화가 시작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적잖은 충격과 함께 좌석에 석상처럼 굳어 영화가 끝날 때까지 나가지도 못한 채 올라가는 앤딩크래딧을 보고 나서 후다닥 뛰어나간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하다. (마지막으로 본 공포영화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단체로 강제 관람한 링이 마지막이다.)


폐쇄적인 마을의 집단광기
대니의 남자 친구인 크리스찬(잭 레이너)은 원래 대니를 뺀 친구들과 함께 펠레(빌헬름 블롬그렌)의 고향인 스웨덴 지방 '호르가'라는 마을의 미드 소마(midsommar, 하지 축제)에 가려했다. 하지만 얼마 전 대니의 가족이 전부 죽는 사고가 생겨 원래도 불안 증세를 겪고 있던 대니를 혼자 놔두고 갈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데리고 가는 것으로 시작하게 된다.
영화에 나오는 '호르가' 마을의 사람들은 모든 것을 함께한다. 첫번째로 기이함을 느낀 장면은 18~36세 성인들이 칸막이가 없는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고 밥도 다같이 먹고 개인의 시간이 필요할 시기에 모든것을 함께하는 장면이다. 지극히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장면 중 하나였다. 그럼에도 이에 불만을 가지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이 정말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여기까지는 그렇다 할 수 있겠지만 마을의 전통을 함께 보자고 데려간 곳에서 노인이 절벽에서 떨어져 죽는 장면과 떨어졌음에도 살아있는 노인에게 다가가 확인사살까지 해주는 장면은 이 영화의 기이한 공포의 포문을 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이후에 충격적인 장면들이 많지만 영화를 보며 느껴야 알 수 있음으로 궁금한 분들은 영화를 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광기에 동화되어 가는 과정
주인공 대니는 영화가 끝나갈 때까지 불안증세로 인해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여행 직전 가족을 잃어버린 상실과 남자 친구 크리스찬의 소홀함 때문인지 켜켜이 묵혀두었던 감정은 결국 남자 친구가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는 것을 보고 터져버리고 만다. 그리고 단체생활을 하는 건물로 들어가 울부짖는데 마을 여성들이 찾아와 대니의 호흡에 맞추어 함께 울어준다. 참 이상한 장면이지만 정신적으로 불안증세에 시달리던 대니의 입장에서는 계속되는 사소한 공감에 광기 가득한 마을에 경계심을 허물고 동화되기에 충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리 에스터 감독
영화를 보고 특이한 영화를 만든 감독이 누굴까 하고 찾아보았다. 감독 이름은 아리 애스터(Ari Aster) 미국의 영화감독이다. 이 감독의 알려진 영화로는 <유전>, <미드 소마> 이렇게 두 영화인데 둘 다 사이비 종교를 소재로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인터뷰에 따르면 개인적으로 과거에 가지고 있던 트라우마를 작품에 반영했다고 하고 한국 영화 마니아이며 "난 한국인으로 태어났어야 했다"라는 농담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다음으로 만들 영화가 어떤 영화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개봉한다면 이 찝찝한 기분을 느끼러 한 번 더 극장을 방문할 것 같다.
끝으로
영화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시각적인 공포보다는 심적인 공포를 심어준다. 화려한 꽃들과 밝은 대낮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광기 어린 눈빛, 행동을 통해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장면들과 소름 돋는 배경음악으로 보는 이들의 마음에 알게 모르게 공포를 심어준다. 그래서인지 다른 공포 영화와 비교했을 때 그렇게 고어하지도 무섭지도 않았지만 참 소름 돋게 봤던 영화였다. 다른 리뷰들을 보면 해석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영화를 본 다음 해석을 보는 것도 하나의 쏠쏠한 재미가 되는 영화이니 어느 정도 잔인한 거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챙겨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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