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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진짜 가족인가 — <어느 가족>이 칸을 사로잡은 이유

by 두부정식 2026.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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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영화의 결말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직 안 보신 분은 참고해 주세요.

어느 가족 포스터

2018년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이었던 배우 케이트 블란쳇의 입에서 일본 감독의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객석은 술렁였습니다.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우나기>가 황금종려상을 받은 1997년 이후, 무려 21년 만에 일본 영화가 칸의 최고상을 거머쥔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원제 万引き家族, 만비키 카조쿠)이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오늘은 이 영화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이 이 작품을 세계 최고 영화제의 정점에 올려놓았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줄거리: 도둑질로 이어진, 그러나 진짜였던 유대

영화 어느가족

도쿄 변두리의 낡고 비좁은 집, 시바타 가족은 할머니 하츠에의 연금과 아버지 오사무·아들 쇼타의 좀도둑질, 그리고 어머니 노부요와 이모 아키의 벌이로 근근이 살아갑니다. 어느 추운 겨울밤, 오사무와 쇼타는 아파트 발코니에 홀로 방치된 어린 소녀 유리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옵니다. 처음엔 그저 저녁 한 끼 먹이고 돌려보낼 생각이었지만, 아이 몸에 남은 학대의 흔적을 보고는 마음을 바꿔 함께 살기로 합니다. 유리는 곧 '린'이라는 새 이름을 얻고, 가족들에게서 처음으로 다정함을 배우며 서서히 마음을 엽니다.

평온해 보이던 이 가족의 균열은 쇼타가 유리를 지키려다 경찰에 붙잡히면서 시작됩니다. 수사가 진행되며 감춰졌던 진실들이 하나씩 드러납니다. 하츠에는 이미 사망 신고를 하지 않은 채 연금을 부정하게 받아온 것이었고, 오사무와 노부요는 실제 부부가 아니며, 이 집에 모인 사람들 중 진짜 혈연으로 얽힌 이는 사실상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까지 밝혀집니다. 취조실에서 눈물을 흘리며 자신들이 왜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는지를 담담히 말하는 노부요의 얼굴은,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 회자되는 장면이 됩니다. 결국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고, 유리는 다시 자신을 학대했던 친부모의 곁으로 돌아가야 하는 결말을 맞이합니다. 짧았지만 분명 존재했던 유대감이 국가의 시스템 앞에서 힘없이 부서지는 모습으로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실화에서 시작된 이야기

이 영화의 뼈대가 된 건 2016년 일본에서 실제로 벌어진 연금 부정수급 사건입니다. 한 가족이 부모의 사망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채 오랫동안 연금을 계속 받아 생활해 온 사건이었는데, 함께 알려진 관련 사건에서는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한 아이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 방치되어 영양실조를 겪고, 그중 일부는 목숨을 잃기까지 했다고 전해집니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 사건을 그대로 영화로 옮기기보다는, 실화가 지닌 자극적이고 참혹한 요소는 최대한 걷어내고 그 안에 있었을지 모를 인물들의 온기와 유대감 쪽에 집중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실제 사건은 영화보다 훨씬 더 참혹했다고 합니다. <어느 가족>은 그 참혹함을 고발하는 대신, "그럼에도 이들 사이에 존재했을 사랑은 무엇이었을까"라는 질문 쪽으로 카메라를 돌린 셈입니다.

황금종려상을 가져온 다섯 가지 이유

영화 어느가족

첫째, 21년 만의 일본 영화 수상이라는 상징성. 앞서 언급했듯 일본 영화가 황금종려상을 받은 건 1997년 이후 처음이었고, 이는 그 자체로 칸 영화제 안에서 특별한 화제성을 만들었습니다.

둘째, 배우 안도 사쿠라의 연기. 특히 노부요가 취조실에서 눈물을 흘리며 속내를 털어놓는 장면은 심사위원단 사이에서도 크게 회자됐습니다.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던 케이트 블란쳇은 "앞으로 우리가 우는 장면을 찍는다면, 그건 안도 사쿠라를 흉내 낸 장면일 것"이라는 말로 극찬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셋째, '가짜'라는 모티프를 정교하게 배치한 연출. 극 중 하츠에는 가짜 독거노인 행세를 하고, 오사무의 마술은 손가락이 없는 척하는 가짜 마술이며, 오사무와 노부요는 서류상 부부가 아닌 가짜 부부이고, 아키는 가짜 애정을 파는 유흥업소에서 일합니다. 쇼타가 즐기는 낚시조차 가짜 미끼를 쓰는 낚시입니다. 영화는 이렇게 반복되는 '가짜'들을 통해 "가짜라고 해서 정말 가짜인가"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조용히 던집니다.

넷째, 실화를 다루는 절제된 태도. 자극적인 소재를 자극적으로 소비하지 않고, 인물 각자의 결핍과 고독에 조용히 카메라를 들이댄 연출 방식이 심사위원단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다섯째, 고레에다 감독의 누적된 커리어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 그는 이 작품 이전에도 칸 경쟁 부문에 여러 차례 이름을 올렸고, 2013년에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심사위원상을 받은 바 있습니다. 오랜 시간 가족이라는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탐구해 온 감독으로서 쌓아온 신뢰가, 이 영화의 수상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이듬해 <기생충>으로 이어진 인연

흥미로운 사실은, <어느 가족>이 황금종려상을 받은 바로 다음 해인 2019년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같은 상을 받았다는 점입니다. 두 작품 모두 계급과 빈곤, 그리고 '가족'이라는 단위를 통해 사회의 균열을 들여다본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고레에다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식을 접한 뒤 직접 축하 편지를 보냈다고 알려져 있으며, <기생충>에 대해서도 깊은 애정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이후 고레에다 감독의 신작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이 공개됐을 때는 반대로 봉준호 감독이 이 작품을 추천하기도 했죠.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두 거장이 '가짜 가족'과 '기생'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결국 비슷한 시대의 불안을 각자의 방식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종종 나란히 비교되곤 합니다.

마치며: 혈연 너머의 가족을 묻다

<어느 가족>은 도둑질로 맺어진 관계가 진짜 가족이 될 수 있는지를 묻는 영화이자, 동시에 국가의 복지 시스템이 놓친 사람들이 서로를 어떻게 붙들어주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법적으로도, 혈연으로도 증명할 수 없는 유대가 얼마나 진짜였는지는 결국 관객 각자의 몫으로 남습니다. 칸 영화제가 이 조용하고 절제된 이야기에 최고의 영예를 안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겁니다. 정상 가족이라는 틀 바깥에서, 그럼에도 서로를 사랑하는 법을 찾아낸 사람들의 이야기.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으셨다면, 가족의 정의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이 작품을 꼭 한번 만나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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