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점
- 7.7 (2018.12.12 개봉)
- 감독
- 알폰소 쿠아론
- 출연
- 얄리차 아파리시오, 마리나 데 타비라, 디에고 코르티나 아우트레이, 카를로스 페랄타, 마르코 그라프, 낸시 가르시아 가르시아, 다니엘라 데메사, 베로니카 가르시아, 앤디 코르테스, 페르난도 그레디아가, 호르헤 안토니오 게레로, 클레멘티나 과다라마
흑백 화면 너머로 보이는 아름다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영화는 시대를 살아가는 어머니들을 위로한다. 영화를 보며 가장 좋았던 것은 주인공인 클레오(얄리차 아파리시오)를 따라 롱테이크로 움직이는 카메라였다. 흑백 화면 너머 상하좌우로 차분하게 움직이는 화면은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인물의 표정과 감정을 느끼는 것에 한몫했을 거라 장담한다.
영화 로마에서 보여지는 남성과 여성은 그 당시 시대적 배경을 보여준다. 바람을 피우고도 부끄러움을 못 느끼는 가장 임신 사실을 말해주니 자신이 배운 무술로 아이와 산모 둘 다 곤죽이 나기 싫으면 꺼지라는 언행을 하는 남자(이 장면에서 주먹이 부들부들거렸다.)그리고 이 상황들을 받아들이고 서로를 위로해주고 응원해주는 어머니들의 멋진 여성성이 돋보이는 영화였다.
클레오는 아이를 출산하기 전 아기를 위한 침대를 사러 가구점으로 향했다. 주변은 시위대로 인해 인파가 복잡했고 사람들을 보면 걱정은 하지만 무슨일이 일어나겠어라는 표정들이다. 하지만 그 순간 총격 소리와 함께 학살이 시작된다. 가구점에 있던 사람들한테도 진압하는 이들이 들이닥친다. 그때 클레오 눈앞에 총기를 겨누는 한 남자 바로 클레오를 임신시키고 책임을 회피한 전 남자 친구였다. 그를 본 충격 때문인지 주변의 소란과 총격 소리 때문인지 클레오의 양수가 터져버린다.
원했던 원치않았던 자신의 몸속에 있던 생명체가 눈앞에서 죽는 광경은 어머니로서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말 못 할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아이를 잃어버린 충격으로 기운이 쭉 빠져버린 클레오에게 집주인 소피아는 남은 가족들과 다 같이 바다에 여행 가자고 제안한다.
도착한 바다 광활한 바다의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는 클레오 평소 물을 무서워해 수영을 안하는 그녀는 순간 집안의 아이들이 없어진 것을 알아챈다. 바다에 빠진 것을 알고 클레오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성큼성큼 물속으로 들어간다. 자신의 키 높이 까지 들이닥치는 파도를 헤치고 아이들을 물 밖으로 빼낸다. 놀란 소피아는 아이들을 구해줘서 고맙다며 서로를 부둥켜안는다. 그리고 나지막이 들리는 클리오의 대사 "난 그 아이를 원치 않았어요" 그리고 이어지는 가족들의 대사 "우린 널 사랑해" 파도를 들어가는 클레오를 시점으로 영화의 앤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까지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클레오와 소피아의 모성애 그리고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로마>에 대한 사랑이 느껴져서 일까 화려하다거나 눈길을 끌만한 요소가 크게 없었지만 흑백 화면 너머로 비추는 영화는 참 아름답고 매력적이게 느껴져 눈을 뗄 수 없었다. 정말 아름다운 영화 한 편을 본 거 같아 기분이 좋았다.
시대적 배경을 간단하게 알고 가는것이 좋을 것 같다. 이야기는 1970년대 초 멕시코시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당시 멕시코시티의 분위기를 살펴보자면 멕시코는 192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장기 집권을 한 제도혁명당 이란 정부가 있었다. 이 당시 대통령은 멕시코의 57대 대통령 루이스 에체베리아 알바레스라는 인물로 장기집권과 심해지는 빈부격차에 반발하는 사람들의 시위가 대대적으로 일어났다. 영화를 보면 광장에서 사람들이 학살 당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이 장면은 1971년 민주화 운동을 하던 학생 120명이 학살당한 '엘 코나소' 사건으로 보인다. 이런 일들이 현대에서는 일어나지 않길 오늘도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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